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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5   복조리를 아시나요?


복조리를 아시나요?
분류없음 | 2008/02/05 20:41
"복조리사려"
섣달 그믐날 자저에 들려오는 구수한 목소리.
복조리를 사라고 외치는 조리장수의 커다란 목소리를 시작으로 새해 아침은 조금씩 열린다.
복조리를 사는 시기가 이를수록 좋다는 말에 어머니는 한밤중 자다말고 일어나서 1년 동안 쓸 양의 복조리를 한꺼번에 사시곤 했다.
일찍 살수록 복이 더 많이 들어온다는 풍속을 순박하게 믿으며 너도나도 남보다 더 빨리 복조리를 사려고 기다리던 사람들....
지금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복조리를 사라고 외치는 조리장수의 자취를 찾는 것도 어려워졌지만 어린 시절, 복조리 하나로 그 해의 액운을 떨 칠 수 있다고 믿었던 소박한 마음들이 그리워지는 건 왜인지.

원래 조리는 쌀을 이는 도구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서 가는 대오리로 엮어서 만든 것을 일컫는다.
매일 조리로 쌀을 일어서 밥을 지었던 우리 민족은 그 해의 행복을 조리처럼 일어서 얻는다는 뜻에서 그 해의 아침 복조리를 사는 풍속을 가졌다.
복조리를 안방 문 위나 부엌 위에 매달아 두거나, 조리 속에 돈과 엿을 넣어두면 일년 내내 복을 받고
재물이 눌어난다고 했기때문이다.

새해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방 한구석을 바라보면 언제 사왔는지 모를 복조리가 쌍으로 묶여 단단히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로지 집안의 안녕과 무사함이 평생 소원이었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원이 담겨있던 복조리.
새벽잠을 설쳐가며 조금이라고 빨리 복조리를 사기 위해 조리장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었을 어머니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복조리는 세상의 어느 물건보다도 값진 물건이 되었다.

비단 우리 어머니뿐이었을까.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제발 그 해의 복과 행운이 복조리에 가득 묻어 들어오기를 바랬을 것을.....

새해가 되어도 복조리를 구하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 없어진 요즘.
복조리는 그 어떤 물건보다도 귀한 물건이 되었다.
이번 새해에는 재래시장에 나가 얼기설기 엮은 복조리를 사보는 건 어떨지.
옛날처럼 조리로 쌀을 일어 먹지는 않지만 문설주 위나 방 한켠에 묶어두면
그 때의 순수했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올 것이다.


-하선정의 월간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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